손흥민이 또 한 번 자신의 클래스를 입증했다.
비록 45분만 뛰고 교체됐지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역사에 남을 대기록을 세우며 팀의 16강 직행을 도왔다.
토트넘 홋스퍼는 한국 시각 31일 오전 5시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UEL 리그 페이즈 8차전에서 IF 엘프스보리를 3-0으로 완파했다.
후반전에서 연이어 득점을 터뜨린 토트넘은 승점 17점(5승 2무 1패)으로 4위까지 도약, 상위 8팀에 주어지는 16강 직행 티켓을 획득했다.
이번 시즌부터 새롭게 도입된 유로파리그 방식에 따라 1~8위 팀은 플레이오프 없이 곧바로 16강에 오르게 된다. 한때 10위권까지 떨어졌던 토트넘은 막판 2연승을 거두며 단숨에 4위까지 올라섰고, 플레이오프를 피하며 일정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토트넘의 에이스 손흥민은 이날 선발 출전해 전반 45분 동안 왼쪽 측면을 장악하며 경기의 흐름을 주도했다. 비록 후반 시작과 함께 데얀 쿨루셉스키와 교체됐지만 손흥민의 존재감은 확실했다.
손흥민은 특히 전반에만 11차례 드리블을 시도해 10번을 성공시키며 UEL 역사상 ‘전반 최다 드리블 성공’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축구 통계 업체 ‘옵타’는 “손흥민이 UEL에서 전반에만 10회 드리블 성공을 기록한 최초의 선수가 됐다”고 전했다.
손흥민은 경기 초반부터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어냈다. 전반 8분, 페널티 라인 근처에서 수비를 흔들며 돌파를 시도하다 상대 발에 걸려 넘어지며 프리킥을 얻어냈고, 직접 키커로 나섰다. 그러나 낮게 깔아 찬 슈팅은 수비벽에 막혀 골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전반 23분에는 왼쪽 측면에서 수비 3명을 따돌린 뒤 컷백을 시도했지만, 페드로 포로의 헤더는 골키퍼 선방에 가로막혔다. 이어 전반 33분과 39분에도 측면을 허물고 위협적인 크로스를 올렸으나, 동료들의 마무리가 아쉬웠다. 엘프스보리 수비진은 손흥민에게 철저히 농락당했지만 골키퍼의 선방 덕분에 가까스로 실점을 면했다.
비록 공격포인트를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손흥민의 영향력은 경기 내내 빛났다. 경기 후 축구 통계 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은 손흥민에게 팀 내 최고 평점인 8.3점을 부여했고, ‘풋몹’ 역시 8.5점을 매겼다.
전반전을 0-0으로 마친 토트넘은 후반전에서 승부를 결정지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손흥민 대신 쿨루셉스키를 투입했고, 후반 21분에는 수비수 라두 드라구신이 부상으로 빠지자 공격수 데인 스칼렛을 과감히 기용했다.
토트넘의 용병술은 대성공이었다. 후반 25분, 스칼렛이 쿨루셉스키의 크로스를 헤더로 마무리하며 선제골을 터뜨렸다. ‘제2의 해리 케인’으로 주목받는 스칼렛은 이날 1군 데뷔골을 기록하며 환호했다.
이어 후반 40분에는 19세 공격수 오인다몰라 아자이가 추가골을 터뜨렸다. 히샬리송 대신 투입된 아자이는 스칼렛의 패스를 받아 왼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승부를 결정짓는 쐐기골은 손흥민의 후계자로 꼽히는 17세 마이키 무어의 몫이었다. 후반 추가시간, 페널티 아크 근처에서 감각적인 오른발 슈팅을 날려 1군 데뷔골을 터뜨리며 토트넘의 3-0 승리를 완성했다.
이날 최고 평점을 받은 손흥민은 데뷔골을 기록한 스칼렛, 아자이, 무어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으며 이들의 성장을 응원했다.
16강 직행을 확정한 토트넘은 오는 3월 16강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손흥민이 이끄는 토트넘이 이번 시즌 유럽 무대에서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을지 기대가 쏠린다.